2025년 들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실적 전망을 철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과 급격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기업들의 미래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GM부터 항공사까지... 줄줄이 가이던스 철회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 실적 가이던스를 전격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및 부품, 철강, 알루미늄, 중국산 제품 등에 부과한 고율 관세로 인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실적 예측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 상황에서는 기존 가이던스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히며, 4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까지 중단했다.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7% 감소했고,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항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젯블루를 비롯해 유나이티드, 델타,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등 주요 항공사들이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철회하거나 이중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젯블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항공 수요 예측이 어려워졌다며 2025년 연간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회사는 수익성 제고와 현금 보존을 위해 운항편 감축, 비용 절감, 항공기 도입 연기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트럭, 물류, 테크 기업까지 타격
볼보 그룹은 2025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9%나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무역 둔화로 트럭 수요가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약 1,000명의 감원이 예고됐다.
물류 대기업 UPS는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글로벌 무역 둔화와 물류 수요 감소로 인해 약 2만 명의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것이다. 물류 산업은 무역 흐름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테크 기업들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은 광고 시장의 변동성을 우려하며 2분기 실적 가이던스 제공을 중단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과 광고주들의 예산 축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의 영향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2월 1일부터 시행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교란되고 있다.
GM의 경우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생산 계획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젯블루와 같은 항공사들은 연료 및 수입 부품 가격 상승으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볼보는 자동차 부품 공급망의 혼란과 중국 시장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은 기업들의 장기 계획 수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돌발적 관세 부과 후 일부 면제 또는 번복이 반복되면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경고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S&P 500 기업들의 2025년 이익 성장률이 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정체를 의미하며, 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역시 비슷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서 더 큰 타격이 예상되며, 이는 글로벌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IMF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2025년 글로벌 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기업 환경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세계 무역 성장률이 1.7%로 큰 폭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기업들의 대응 전략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첫째, 비용 구조 개선이다. GM, 볼보, UPS 등은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둘째, 공급망 재편이다.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거나, 관세 영향을 적게 받는 국가로 조달선을 변경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셋째, 현금 보존이다. 젯블루의 항공기 도입 연기나 GM의 자사주 매입 중단 등은 불확실한 시기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업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
실적 가이던스 철회는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GM의 주가는 가이던스 철회 발표 이후 7% 하락했으며, 젯블루와 볼보 역시 각각 5%, 8%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5년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불확실성이 최대의 적"이라며, 기업들의 가이던스 철회가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전망
트럼프 행정부와 주요국 간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단기간 내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까지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단기 생존'과 '장기 경쟁력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의 비용 절감과 함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무역전쟁의 장기화와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어두운 실적 전망은 세계 경제의 경고등이 되고 있다. 이제 관건은 각국 정부가 이런 위기 신호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협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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