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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News

베트남, 트럼프의 46% 관세에 맞서다 -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베트남의 대응

by insight-economics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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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트럼프의 46% 관세에 맞서다 -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베트남의 대응

트럼프의 '해방의 날' 선언과 베트남에 대한 고율 관세

2025년 4월 2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날린 메시지는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된 이 날,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베트남을 포함한 60개국에 최대 46%의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베트남은 캄보디아(49%), 라오스(4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46%의 관세율을 부과받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2024년 기준 약 247.7억 달러)를 90% 수준의 "불공정 무역장벽"으로 간주하며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다.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는 1977년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활용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희생양이 된 베트남

베트남은 1차 미·중 무역전쟁(2018~2019년) 동안 중국에서 생산 기지를 이전한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허브로 급부상하며 경제적 호황을 누렸다. 2024년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약 1,195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역설적으로 베트남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타깃으로 만들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베트남 경유 대미 우회 수출은 2018년 15.7억 달러에서 2022년 30.2억 달러로 급증했다.

베트남 경제에 미치는 충격

싱가포르 OCBC은행은 베트남의 GDP 성장률이 46% 관세로 인해 최대 4%p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4년 5% 성장률에 비해 큰 폭의 하락이다. 베트남은 전자부품, 섬유·의류, 가구, 기계장비 등 주요 수출 품목이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익성, 공급망, 수출 가격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더욱이 베트남은 중국(수입의 33.9%)과 미국(수출의 27.35%)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로 인해 외교적으로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던 베트남 외교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타격

베트남은 나이키(신발의 50%), 아디다스(39%), 갭(27%), 룰루레몬(40%) 등 의류·신발 업체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잡았다. 이번 관세 부과로 이들 기업의 공급망 비용이 급증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대부분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며, LG전자, 인텔, 폭스콘 등도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기업은 원가 상승과 수익성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베트남은 관세 부과 발표 직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5년 4월 4일, 토 람 공산당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긴급 통화에서 "베트남의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고, 미국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4월 23일 응우옌 홍 디엔 산업무역부 장관은 미국과의 공식 협상 시작을 발표했다. 베트남의 목표는 관세율을 22~28%로 낮추는 것이다. 협상 전략으로 베트남은 미국산 농산물(닭다리살, 사과, 아몬드 등), LNG, 자동차, 에탄올 수입 확대와 미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촉진을 제안했다.

또한 중국산 우회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중국산 제품의 가공 함량이 낮은 수출을 제한하고,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기업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FDI) 국가로, 2024년까지 약 859억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롯데그룹 등 약 1만 개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며, 베트남 내 공장은 글로벌 생산의 핵심 기지다. 46% 관세는 이들 한국 기업의 수출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KOCHAM)는 "기업들이 패닉 상태"라며 원가 상승, 공급망 차질,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과 KOCHAM은 4월 4일 긴급 회의를 열어 '관세 영향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한국 기업들은 관세 협상 결과를 주시하며, 생산기지를 인도(관세율 26%)나 멕시코(기본 관세 10%)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유럽연합 등 대체 시장 모색을 고려 중이며, 현대자동차는 2025년 3월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미국 내 직접 투자 확대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베트남에서의 생산 라인을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당분간은 관세 부담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베트남에 대한 고율 관세는 미·중 무역전쟁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전방위 관세 정책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캄보디아(49%), 인도네시아(32%), 태국(36%) 등 동남아 국가들을 새로운 압박 대상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미국의 34% 상호관세에 맞서 희토류 7종 수출 통제와 34%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적인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국가별 면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관세율이 "상한선"이라며 협상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중국과 달리 보복 관세 대신 협상을 선택하며, 미국산 수입 확대와 투자 촉진으로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베트남이 멕시코와 함께 미국의 주요 생산 파트너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상공회의소는 관세를 "실질적인 세금 인상"으로 비판하며, 물가 상승과 물류 지연을 우려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며, 인도, 멕시코, 유럽연합 등이 대체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으나, 이들 지역도 각각 26%, 10%, 20% 관세를 부담하고 있어 완전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 위기 속의 기회

베트남은 트럼프의 46% 관세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했지만, 이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고, 중국산 우회 수출을 단속하는 등 무역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번 위기를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 효율성 제고의 계기로 삼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리스크 관리와 유연한 대응 전략이 기업 생존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글로벌 무역 갈등은 이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베트남과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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