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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위한 경제 44. 리스크온/오프 체제전환 모형을 활용한 동적 자산배분 전략: 시장 국면 변화를 포착하는 지능형 포트폴리오 운용법

by insight-economics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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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때로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수익 추구에 나서는 리스크온(Risk-On) 국면이 지속되고, 때로는 안전 자산으로 피난처를 찾는 리스크오프(Risk-Off) 국면이 이어진다. 전통적인 정적 자산배분으로는 이런 시장 체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60:40 포트폴리오가 수십 년간 유효했던 것은 채권과 주식이 음의 상관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두 자산이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

체제전환 모형(Regime-Switching Model)은 시장의 서로 다른 상태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해서 현재 어떤 체제에 있는지, 언제 체제가 바뀔지를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동적 자산배분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 구성을 실시간으로 조정해서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 원리를 이해하면 개인투자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투자 도구다.

리스크온/오프 체제의 특징과 식별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진다. 경기가 양호하고 유동성이 풍부하며 지정학적 위험이 낮을 때 나타난다. 이때는 성장주, 신흥국 자산, 원자재, 고수익 채권 등 위험 자산이 강세를 보인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는 음수를 유지하고, 달러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경기 둔화 우려, 금융 시스템 불안,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원인이 된다.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으로 몰리면서 미국 국채, 달러, 금, 일본 엔화 등이 강세를 보인다. 주식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특히 성장주와 소형주가 큰 타격을 받는다.

두 체제를 구분하는 핵심 지표들이 있다. VIX 지수는 가장 대표적인 위험 회피 지표다. 20 이하면 리스크온, 30 이상이면 리스크오프로 볼 수 있다. 신용 스프레드도 중요한 지표다. 투자등급 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리스크오프 신호다.

환율도 유용한 지표다. 달러 인덱스(DXY)가 상승하면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반대로 호주달러나 뉴질랜드달러 같은 자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리스크온 체제로 볼 수 있다. 원자재 가격도 마찬가지다. 구리는 경기 민감도가 높아 '닥터 코퍼'라고 불리며, 금은 전통적 안전 자산이다.

마르코프 체제전환 모형의 이해

체제전환 모형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마르코프 체제전환 모형(Markov Regime-Switching Model)이다. 이 모형은 시장이 유한한 개수의 체제 중 하나에 속하며, 체제 간 전환은 확률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2체제 모형으로, 리스크온과 리스크오프 두 상태만 존재한다고 본다.

각 체제에서는 자산 수익률의 평균과 분산이 다르게 나타난다.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주식 수익률의 평균이 높고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반대다. 채권은 리스크오프 체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인다. 이런 특성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면 현재 어떤 체제에 있을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체제 전환 확률도 모형의 핵심 요소다. 리스크온 체제가 다음 기간에도 지속될 확률, 리스크오프로 전환될 확률을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리스크온 체제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리스크오프 체제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변동성이 크다.

모형 추정에는 EM(Expectation-Maximization) 알고리즘을 주로 사용한다. 관찰된 수익률 데이터로부터 각 체제의 모수(평균, 분산, 전환확률)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추정이 완료되면 베이즈 정리를 사용해서 현재 시점에서 각 체제에 속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다변량 체제전환 모형과 확장

단일 자산만 고려하는 것보다는 여러 자산을 동시에 모델링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주식, 채권, 달러, VIX 등을 함께 고려하는 다변량 체제전환 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산 간 상관관계도 체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일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체제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체제별 상관관계 변화를 모형에 반영하면 더 현실적인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가능하다.

3체제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리스크온, 리스크오프, 인플레이션 체제로 구분할 수 있다. 또는 성장 가속, 성장 둔화, 침체, 회복의 4체제 모형도 고려할 수 있다. 체제가 많아질수록 모형은 정교해지지만 추정이 어려워지고 과적합 위험이 증가한다.

시변 전환확률 모형도 흥미로운 확장이다. 체제 전환확률이 경제 지표나 시장 지표에 따라 달라진다고 가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VIX가 높을수록 리스크오프로 전환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모델링할 수 있다. 이런 모형은 더 정확한 체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실시간 체제 식별과 확률 계산

모형이 추정되면 실시간으로 현재 체제를 식별할 수 있다.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올 때마다 베이즈 정리를 사용해서 체제 확률을 업데이트한다. 예를 들어 오늘 주식이 급락하고 VIX가 급등했다면 리스크오프 체제일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체제 확률은 0에서 1 사이의 값으로 표현된다. 리스크온 확률이 0.8이라면 80% 확신으로 현재 리스크온 체제에 있다는 의미다. 확률이 0.5에 가까우면 체제가 불분명한 전환기로 볼 수 있다. 이때는 포트폴리오 변경을 보류하거나 중립적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체제 확률의 변화율도 중요한 정보다. 리스크온 확률이 0.9에서 0.6으로 급격히 떨어졌다면 체제 전환이 임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확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현재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필터링된 확률과 평활화된 확률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필터링된 확률은 현재까지의 정보만 사용하고, 평활화된 확률은 미래 정보까지 사용한다. 실시간 투자에서는 필터링된 확률을 사용해야 하지만, 백테스팅에서는 평활화된 확률로 모형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동적 자산배분 전략 설계

체제 식별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설계한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바이너리 전략이다. 리스크온 확률이 70% 이상이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30% 이하면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중간 구간에서는 중립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

더 정교한 방법은 확률 가중 전략이다. 리스크온 확률에 비례해서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한다. 확률이 0.8이면 위험자산 비중을 80%로, 0.3이면 30%로 설정하는 식이다. 이 방법은 체제 전환에 따른 급격한 포트폴리오 변화를 완화한다.

각 체제별로 최적 포트폴리오를 미리 계산해두는 방법도 있다. 평균-분산 최적화나 블랙-리터만 모형을 사용해서 체제별 최적 비중을 구하고, 현재 체제 확률에 따라 가중 평균해서 최종 포트폴리오를 결정한다. 이 방법은 이론적으로 가장 우수하지만 계산이 복잡하다.

리밸런싱 빈도도 고려해야 한다. 매일 체제 확률을 계산하더라도 매일 포트폴리오를 바꿀 필요는 없다. 거래비용과 세금을 고려하면 주간 또는 월간 리밸런싱이 적절한 경우가 많다. 체제 확률이 임계값을 크게 벗어날 때만 중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자산군별 차별적 접근법

주식 내에서도 체제별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성장주, 소형주, 신흥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다. 기술주나 소비재주처럼 경기 민감도가 높은 섹터가 유리하다.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가치주, 대형주,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좋다.

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므로 회사채나 하이일드 채권이 유리하다. 인플레이션 연동채(TIPS)도 경기 확장기에 좋은 성과를 보인다.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국채, 특히 장기 국채가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

대체투자도 체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한다.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부동산, 원자재, 사모투자 등이 좋은 성과를 보인다. 특히 구리, 석유 같은 경기 민감 원자재가 강세를 보인다.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금, 달러, 일본 엔화 등 전통적 안전자산이 선호된다.

통화 헤지 전략도 체제에 따라 조정한다.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달러 약세가 예상되므로 해외 투자 시 통화 헤지를 줄인다.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달러 강세가 예상되므로 헤지 비중을 늘린다. 신흥국 통화는 리스크오프 체제에서 큰 타격을 받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백테스팅과 성과 평가

체제전환 기반 동적 자산배분 전략의 효과를 검증하려면 체계적인 백테스팅이 필요하다. 과거 20-30년 데이터를 사용해서 정적 자산배분 전략과 비교한다. 단순히 수익률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조정 수익률, 최대 낙폭,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샤프 비율이나 소르티노 비율로 위험 대비 수익성을 평가한다. 칼마 비율은 최대 낙폭 대비 연평균 수익률을 측정해서 극단적 위험을 고려한 성과를 보여준다. 정보 비율은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의 일관성을 측정한다.

체제별 성과 분석도 중요하다. 리스크온 체제에서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지, 리스크오프 체제에서는 얼마나 손실을 제한했는지 분석한다. 체제 전환 시점에서의 성과도 중요하다. 전환을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는지 평가한다.

거래비용의 영향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빈번한 리밸런싱은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순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 투자에서는 이론적 최적 포트폴리오와 현재 포트폴리오 간 차이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만 조정하는 임계값 리밸런싱을 사용한다.

실전 구현시 고려사항

체제전환 모형을 실제 투자에 적용할 때는 몇 가지 실무적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 모형의 안정성이다. 추정 기간이나 데이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면 신뢰하기 어렵다. 여러 기간과 방법으로 검증해서 robust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실시간 구현의 어려움이다. 복잡한 모형일수록 계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루 종료 후 계산해서 다음 날 적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장중 급변 상황에 대응하려면 더 단순한 지표 기반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셋째, 데이터 품질과 가용성이다. 일부 지표는 발표 시차가 있거나 수정이 빈번하다. 실시간으로 이용 가능한 고품질 데이터를 선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데이터 공급업체의 신뢰성도 중요하다.

넷째, 모형의 진화다. 시장 구조가 변하면 과거 모형의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기적으로 모형을 재추정하거나 새로운 변수를 추가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구조적 변화 이후에는 모형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인공지능과의 결합

최근에는 전통적인 체제전환 모형과 머신러닝을 결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히든 마르코프 모형(HMM)에 딥러닝을 적용하거나, 강화학습으로 동적 자산배분을 최적화하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텍스트 분석으로 뉴스나 소셜미디어에서 체제 변화 신호를 포착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LSTM이나 트랜스포머 같은 시계열 딥러닝 모형으로 체제 전환을 예측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모형들은 비선형적이고 복잡한 패턴을 포착할 수 있어 전통적 모형보다 정확할 수 있다. 하지만 해석이 어렵고 과적합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앙상블 방법도 유용하다. 여러 체제전환 모형의 결과를 조합하거나, 통계적 모형과 머신러닝 모형을 결합해서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 모형별로 강점이 다르므로 적절히 조합하면 더 robust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확장과 다지역 모형

단일 국가나 지역을 대상으로 한 모형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별로 다른 체제 전환 패턴을 보일 수 있다. 지역 간 체제 전염 효과(contagion)도 모형에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리스크오프 체제로 전환하면 다른 지역도 비슷한 전환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환 속도나 강도는 지역별로 다르다. 이런 특성을 반영한 다지역 체제전환 모형을 구축하면 글로벌 포트폴리오 운용에 유용하다.

신흥국은 선진국과 다른 체제 전환 패턴을 보인다. 자본 유출입에 더 민감하고, 원자재 가격이나 달러 강약에 크게 영향받는다. 신흥국 전용 체제전환 모형을 별도로 구축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결론

리스크온/오프 체제전환 모형을 활용한 동적 자산배분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진화된 투자 방법이다. 전통적인 정적 자산배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 체제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모형의 복잡성과 실무적 어려움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은 계속 진화하므로 모형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데이터 과학과 투자 이론을 결합한 체계적 접근법을 통해서만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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