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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위한 경제 28. 듀레이션과 컨벡서티를 활용한 금리 변동 리스크 계산과 헤지 전략

by insight-economics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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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변동은 채권투자의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다. 금리가 1%포인트만 변해도 장기 채권의 가격은 10-20% 이상 움직일 수 있어, 예상치 못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듀레이션과 컨벡서티라는 두 가지 핵심 지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금리 위험을 정밀하게 측정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두 개념은 단순한 이론적 도구를 넘어서 실제 포트폴리오 운용에서 필수불가결한 위험관리 수단이다.

듀레이션의 본질과 계산 원리

듀레이션은 채권의 금리 민감도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금리 변동에 대한 채권 가격의 탄력성을 나타낸다. 흔히 '가중평균 만기'로 설명되지만, 투자자가 진정 알아야 할 것은 듀레이션이 금리 변동 시 발생하는 손익을 예측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맥컬레이 듀레이션(Macaulay Duration)은 각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시점을 현재가치로 가중평균한 값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채권이 매년 5%의 이자를 지급한다면, 1년 후 5%, 2년 후 5%, 3년 후 105%의 현금흐름이 발생한다. 현재 시장금리가 4%라면 각각의 현재가치는 4.81%, 4.62%, 93.46%가 되고, 이를 가중평균하면 약 2.89년의 듀레이션이 산출된다.

수정 듀레이션(Modified Duration)은 맥컬레이 듀레이션을 (1+수익률)로 나눈 값으로, 실제 가격 변동률을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수정 듀레이션만큼 하락한다. 앞서 예시의 채권이라면 수정 듀레이션은 2.78년이 되어,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격이 2.78% 하락한다는 의미다.

달러 듀레이션(Dollar Duration)은 금리 1%포인트 변동 시 발생하는 절대적 손익 금액을 보여준다. 1억원 투자한 채권의 수정 듀레이션이 5년이라면,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포트폴리오 단위에서 위험을 관리할 때 매우 유용한 지표다.

컨벡서티의 정교한 측정 효과

듀레이션은 금리 변동이 작을 때는 정확하지만, 변동폭이 클 때는 오차가 발생한다. 이는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직선이 아닌 곡선이기 때문이다. 컨벡서티는 이러한 곡률을 측정하여 듀레이션의 한계를 보완한다.

컨벡서티는 금리 변동의 제곱에 비례하여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2%포인트 하락했을 때, 듀레이션만으로 계산하면 가격이 10% 상승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컨벡서티 효과로 인해 10.5%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0.5%포인트의 차이가 컨벡서티가 제공하는 추가 수익이다.

컨벡서티는 채권 보유자에게 항상 유리하게 작용한다. 금리가 하락하면 듀레이션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큰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금리가 상승하면 예측되는 손실보다 실제 손실이 작다. 이러한 비대칭적 효과는 장기 채권일수록,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컨벡서티 값은 채권의 듀레이션 제곱에 비례한다. 30년 만기 국고채의 컨벡서티는 300-500 수준에 이르러, 금리 1%포인트 변동 시 듀레이션 효과에 추가로 1.5-2.5%포인트의 컨벡서티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대형 포트폴리오에서는 수십억원 단위의 손익 차이를 만들어낸다.

효과적 듀레이션과 옵션 조정

콜옵션이나 풋옵션이 내재된 채권의 경우 일반적인 듀레이션 계산으로는 정확한 금리 민감도를 측정할 수 없다. 이때 효과적 듀레이션(Effective Duration)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금리를 미세하게 상하로 변동시켜가며 실제 가격 변화를 관찰하여 계산하는 방식이다.

콜러블 채권(Callable Bond)의 경우 금리 하락 시 발행자가 조기 상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 채권이라면 금리 하락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하겠지만, 콜옵션 때문에 상승폭이 제한된다. 이를 음의 컨벡서티(Negative Convexity)라고 하며, 금리 하락기에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원인이 된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은 음의 컨벡서티의 대표적 사례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 소유자들이 대출을 재융자하면서 조기 상환이 급증한다. 이로 인해 MBS 투자자는 높은 금리의 투자기회를 잃고 낮은 금리로 재투자해야 하는 재투자 위험에 직면한다.

반대로 풋어블 채권(Puttable Bond)은 금리 상승 시 투자자가 조기 매각할 수 있어 하방 위험이 제한된다. 이는 양의 컨벡서티를 더욱 강화시켜 금리 변동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는 일반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상쇄된다.

포트폴리오 차원의 듀레이션 관리

개별 채권의 듀레이션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듀레이션을 계산하고 관리하는 것이 실제 위험 관리의 핵심이다.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은 각 채권의 듀레이션을 시가총액으로 가중평균하여 구한다.

분산된 포트폴리오에서는 개별 채권들의 듀레이션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금리 민감도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2년 만기 채권 50%와 10년 만기 채권 5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라면, 단순 평균인 6년이 아니라 각각의 듀레이션과 비중을 고려한 가중평균으로 계산해야 한다.

또한 채권의 신용등급이나 섹터에 따라 금리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국고채는 기준금리 변동에 정확히 반응하지만, 회사채는 신용스프레드 변동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기 악화기에는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인해 회사채의 실제 가격 하락폭이 듀레이션 예측치를 초과할 수 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는 각국 통화별 듀레이션 분석이 필요하다. 달러, 유로, 엔화 채권이 혼재된 포트폴리오에서는 각국의 금리 변동과 환율 변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때 현지통화 듀레이션과 기준통화 듀레이션을 구분하여 관리해야 한다.

금리 시나리오별 손익 시뮬레이션

듀레이션과 컨벡서티를 활용하면 다양한 금리 시나리오에서의 포트폴리오 손익을 사전에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위험 관리뿐만 아니라 투자 전략 수립에도 유용하다.

평행 이동(Parallel Shift)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만기의 금리가 동일하게 변동한다고 가정한다. 이때 포트폴리오 수익률 변화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ΔP/P = -D × Δy + 0.5 × C × (Δy)². 여기서 D는 수정 듀레이션, C는 컨벡서티, Δy는 금리 변동폭이다.

비평행 이동(Non-parallel Shift)에서는 수익률 곡선의 형태가 변한다. 단기금리는 2%포인트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1%포인트만 상승하는 경우, 단기채와 장기채의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곡선 위험(Curve Risk)은 키레이트 듀레이션(Key Rate Duration)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극단적인 금리 급변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 1994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금리 급락처럼, 단기간에 3-4%포인트의 금리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컨벡서티 효과가 크게 나타나므로 정확한 계산이 필수적이다.

듀레이션 중립 헤지 전략

듀레이션 중립(Duration Neutral) 전략은 금리 변동 위험을 제거하면서 다른 요인으로부터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이는 주로 크레딧 스프레드 거래나 수익률 곡선 거래에서 활용된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국고채 선물을 이용한 헤지다. 듀레이션 5년인 회사채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면, 동일한 달러 듀레이션의 국고채 선물을 매도하여 금리 위험을 중립화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준금리 변동의 영향은 제거하고 신용스프레드 변동만의 순수한 영향을 받게 된다.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과 불릿 전략(Bullet Strategy)의 비교도 듀레이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동일한 듀레이션을 가진 포트폴리오라도 만기 분산도에 따라 컨벡서티가 달라진다. 바벨 전략은 단기채와 장기채를 조합하여 높은 컨벡서티를 얻는 반면, 불릿 전략은 중기채 중심으로 구성하여 안정성을 추구한다.

이머징 마켓 채권의 듀레이션 헤지는 더욱 복잡하다. 현지통화 채권의 경우 금리 위험과 환율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금리 스왑과 통화 스왑을 조합한 헤지가 필요하다. 또한 정치적 위험으로 인한 급격한 스프레드 변동은 듀레이션 모델로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 분석

듀레이션과 컨벡서티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 특히 Black Swan 이벤트나 시장 위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역사적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과거의 금리 급변 사례를 현재 포트폴리오에 적용해본다. 1979-1981년 볼커 충격, 1994년 채권 베어마켓, 2008년 금융위기 등의 금리 변동을 시뮬레이션하여 포트폴리오의 취약점을 파악한다.

가상적 시나리오에서는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극단 상황을 가정한다. 예를 들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동시에 신용스프레드가 급확대되는 상황이나, 특정 만기 구간에서만 급격한 금리 변동이 발생하는 상황 등이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수천 가지의 금리 경로를 생성하여 포트폴리오 성과의 분포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VaR(Value at Risk)나 CVaR(Conditional VaR) 같은 위험 지표를 계산하고, 극단적 손실 가능성을 정량화할 수 있다.

실무에서의 활용과 주의사항

듀레이션과 컨벡서티 계산에는 여러 가정이 포함되어 있어 실무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채권의 경우 이론적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신용등급 변화는 듀레이션 모델에서 고려되지 않는 위험 요소다. 등급 하락으로 인한 가격 급락은 금리 변동과는 별개의 현상이므로, 신용 듀레이션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금리 민감도보다 신용 민감도가 더 클 수 있다.

옵션이 내재된 복잡한 구조화 채권의 경우 시장 변동성 변화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변동성이 증가하면 옵션 가치가 상승하여 콜러블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풋어블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이는 베가 리스크라고 불리며, 별도의 헤지가 필요하다.

결론

듀레이션과 컨벡서티는 채권투자에서 금리 위험을 정량화하고 관리하는 핵심 도구다. 듀레이션으로 1차적인 금리 민감도를 측정하고, 컨벡서티로 비선형 효과까지 포착하여 정교한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들도 한계가 있으므로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특히 옵션이 내재된 복잡한 채권이나 신용위험이 높은 채권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위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채권투자를 위해서는 이론적 이해와 함께 시장 상황에 맞는 실무적 적용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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