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sic

투자를 위한 경제 18. 마진콜·레버리지 사이클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과정과 실제 사례 분석

by insight-economics 2025. 5. 27.
반응형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2020년 아크에고스 캐피털의 몰락, 그리고 최근 실리콘밸리은행의 급작스러운 파산까지. 금융시장의 역사는 레버리지로 인한 극적인 흥망성쇠로 가득하다. 평상시에는 수익을 증폭시켜주는 마법의 지렛대처럼 보이던 레버리지가 위기 상황에서는 파멸의 도구로 돌변한다. 마진콜과 레버리지 사이클이 어떻게 시장 변동성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지, 그리고 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레버리지의 이중성과 작동 원리

레버리지는 차입을 통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기법이다. 1억원의 자기자본으로 2배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2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해진다. 투자 대상이 10% 상승하면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20%의 수익률을 얻는다. 하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20%의 손실이 발생한다.

문제는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마진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증권사나 은행이 정한 최소 증거금 비율을 밑돌면 추가 증거금을 입금하거나 포지션을 줄여야 한다. 추가 자금이 없다면 보유 자산을 강제로 매도당하게 된다.

이런 강제 매도가 개별 투자자 차원에서 그치면 문제없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 가격 하락 → 마진콜 발생 → 강제 매도 → 추가 가격 하락 → 더 많은 마진콜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마진콜 메커니즘의 세부 구조

마진콜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째, 유지증거금율(Maintenance Margin)이 있다. 보통 초기증거금의 75% 수준으로 설정되며, 계좌 가치가 이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마진콜이 발생한다.

둘째, 변동증거금 제도가 있다.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증거금율이 높아진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패닉 당시 많은 브로커들이 증거금율을 대폭 인상했고,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마진콜을 받은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셋째, 시간 제약이 있다. 마진콜 통보를 받으면 보통 1~3일 내에 증거금을 충족해야 한다. 주말이 끼면 시간이 더 촉박해진다. 이런 시간 압박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불리한 가격에라도 자산을 처분하게 만든다.

넷째, 연쇄 효과가 있다. 한 계좌에서 마진콜이 발생해 자산을 매도하면, 그 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다른 계좌에서도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자산에 집중 투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연쇄 반응이 빠르게 확산된다.

아크에고스 캐피털 사례 분석

2021년 아크에고스 캐피털의 몰락은 레버리지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빌 황이 운영하던 이 패밀리 오피스는 토털 리턴 스왑(Total Return Swap)을 활용해 엄청난 레버리지를 구축했다.

아크에고스는 바이어컴CBS, 디스커버리, GSX 테크에듀 등 몇 개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총 자산 규모는 1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레버리지를 통해 500억 달러가 넘는 포지션을 보유했다. 5배가 넘는 레버리지였다.

문제는 2021년 3월 바이어컴CBS가 추가 주식 발행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주가가 급락하자 프라임 브로커들이 마진콜을 요구했다. 아크에고스는 추가 증거금을 제공할 수 없었고, 결국 강제 청산에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여러 프라임 브로커가 동시에 같은 주식들을 대량 매도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는 점이다. 바이어컴CBS는 이틀 만에 50% 이상 급락했고, 디스커버리도 비슷한 폭락을 겪었다. 결국 아크에고스는 완전히 파산했고, 프라임 브로커들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교훈

1998년 LTCM 사태는 레버리지 위험의 고전적인 사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참여한 이 헤지펀드는 채권 간 수렴 거래에 특화돼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위험이 낮은 전략이었지만, 30대 1이 넘는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사태로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평상시라면 빠르게 수렴했을 채권 간 스프레드가 오히려 확대됐다. LTCM의 모델은 이런 극단적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헤지펀드들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LTCM이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하자 다른 펀드들도 연쇄적으로 손실을 입었다. 결국 연준이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을 설득해 36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제공해야 했다.

LTCM 사태의 핵심 교훈은 "이론적으로 위험이 낮다"고 해서 높은 레버리지가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상관관계가 깨지고, 분산 효과도 사라진다.

2008년 금융위기와 디레버리징

2008년 금융위기는 시스템 전체에 걸친 디레버리징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시작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된 배경에는 금융기관들의 극단적인 레버리지가 있었다.

당시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30대 1을 넘나들었다. 리먼브라더스의 경우 파산 직전 레버리지가 44대 1에 달했다. 자산이 2.3%만 하락해도 자기자본이 모두 사라지는 구조였다.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은 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매도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하면서 자산 가격이 폭락했다. 이는 다시 은행들의 손실을 키우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특히 레포(Repo) 시장의 마진 요구사항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됐다. 평상시 2% 수준이던 헤어컷(haircut)이 20%까지 올라갔다. 같은 담보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개인투자자의 마진 거래 위험

기관투자자만 레버리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도 신용거래, 선물거래, 옵션 매도 등을 통해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특히 한국의 신용거래 시장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개별 종목별로 신용한도가 설정되고, 인기 종목의 경우 신용 물량이 금세 소진된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특정 종목에 신용 매수가 몰리면 급등과 급락이 더욱 극심해진다.

2021년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2022년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장이 조정받으면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마진콜을 경험했다.

선물 거래는 더욱 극단적이다. 코스피200 선물의 경우 증거금이 10% 내외로, 10배 레버리지에 해당한다. 하루에 증거금의 50% 이상 손실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선물 거래를 시작한 개인투자자의 90% 이상이 손실을 본다는 통계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극단적 레버리지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전통 금융시장보다 훨씬 높은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일부 거래소에서는 100배 레버리지까지 제공한다. 1% 가격 변동으로도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구조다.

2021년 5월 비트코인이 급락할 때 하루 만에 40만 명이 넘는 투자자가 청산당했다. 청산 규모는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발표로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자, 레버리지 포지션들이 연쇄적으로 청산되면서 하락 폭이 더욱 확대됐다.

암호화폐 시장의 특징은 24시간 거래와 높은 변동성이다. 주말에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위험 관리 기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스톱로스 주문을 걸어둬도 갭 하락으로 예상보다 훨씬 불리한 가격에 체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시스템적 위험과 프로사이클리컬리티

레버리지의 가장 큰 문제는 프로사이클리컬리티(Pro-cyclicality)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레버리지가 증가하고, 하락할 때는 디레버리징이 일어나면서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상승 국면에서는 자산 가격 증가로 담보 가치가 올라가면서 더 많은 차입이 가능해진다. 이는 추가 매수를 유발하고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다. 하이먼 민스키가 말한 "폰지 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떤 충격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역전된다. 담보 가치 하락으로 차입 능력이 줄어들고, 마진콜이 발생하면서 강제 매도가 시작된다. 이는 가격을 더욱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런 시스템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바젤III 규제가 도입됐다. 은행들의 레버리지 비율을 제한하고, 카운터 사이클리컬 자본 버퍼를 도입해 경기 순환에 따른 위험을 완화하려고 한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대응

중앙은행은 시스템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정책 수단을 사용한다. 첫째,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레버리지 증가를 억제한다. LTV(Loan to Value), DTI(Debt to Income) 규제가 대표적이다.

둘째,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방지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연준이 다양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 예다.

셋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을 점검한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자본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개입도 한계가 있다. 2008년 이후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too big to fail"이라는 믿음 하에 과도한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왜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가? 행동경제학은 여러 인지적 편향을 제시한다.

첫째,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손실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 특히 최근 성공 경험이 있을 때 이런 편향이 강해진다.

둘째,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나 기억하기 쉬운 사건에 더 높은 확률을 부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레버리지를 꺼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다.

셋째, 손실 회피(Loss Aversion)의 역설이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동시에 큰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마진콜을 받은 투자자가 추가 차입을 통해 "한 방"을 노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험 관리 전략과 모니터링

레버리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적정 레버리지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의 경우 2배를 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다.

둘째,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한 두 종목에 집중된 레버리지는 위험하다. 아크에고스 사례에서 보듯이 집중 투자와 높은 레버리지는 치명적인 조합이다.

셋째,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보유 자산이 30%, 50% 하락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계산해봐야 한다. 마진콜이 발생하는 시점과 규모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넷째, 유동성 관리가 핵심이다. 마진콜에 대비한 현금 여력을 항상 확보해야 한다. 모든 자산을 투자에 쏟아붓지 말고 최소 10~20%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시장 환경에 따른 동적 조정이 필요하다.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레버리지를 줄이고, 안정적인 시기에만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 모니터링 지표

레버리지 관련 시스템적 위험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지표들이 있다. 신용거래 잔액, 레포 시장의 헤어컷 수준, VIX 지수, 신용 스프레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용거래 잔액의 급증은 시장 과열의 신호로 해석된다. 2000년 닷컴 버블이나 2007년 서브프라임 버블 직전에도 신용거래가 급증했다.

레포 시장의 헤어컷 변화도 중요한 지표다. 헤어컷이 급격히 상승하면 유동성 위기의 전조로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헤어컷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규제와 제도적 개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레버리지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바젤III는 은행들의 레버리지 비율을 3%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기존의 위험가중자산 기준 자본비율과는 별개의 추가 안전장치다.

미국에서는 볼커 룰(Volcker Rule)을 통해 은행들의 자기매매를 제한했다. 고객 자금으로 위험한 투기 거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유럽에서는 대체투자펀드 지침(AIFMD)을 통해 헤지펀드 등의 레버리지를 규제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펀드는 레버리지 정보를 공시해야 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 시 규제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의 한계도 있다.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영역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고,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제대로 된 규제 체계가 없다. 또한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를 통해 위험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기술 발전과 새로운 위험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거래의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레버리지 위험이 등장하고 있다. 고빈도거래(HFT) 업체들은 엄청난 레버리지를 사용하면서도 극히 짧은 시간에 포지션을 청산한다.

문제는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런 알고리즘들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플래시 크래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5월 6일 15분 만에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확산도 새로운 위험 요인이다. 많은 로보어드바이저들이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어, 시장 충격 시 집단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결론

마진콜과 레버리지 사이클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개별 투자자 차원에서는 수익 기회를 제공하지만, 시스템 전체 차원에서는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아크에고스, LTCM, 2008년 금융위기 등 역사적 사례들은 과도한 레버리지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의 이중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정 수준의 레버리지만 사용하며, 철저한 위험 관리를 통해 마진콜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시장 환경이 불안정할 때는 레버리지를 줄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다. 기술 발전과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으로 레버리지의 형태는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위험 관리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반응형